환자 경험과 병원 운영

불만이 없는 병원은, 정말 만족도가 높은 병원일까?

얼룩이 있는 대기 의자를 바라보는 환자와 뒤편 접수대에서 다른 환자를 응대하는 직원

병원 민원 건수만으로 환자 만족도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불편을 겪어도 말하지 않는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의견을 전할 통로와 말할 여유, 들은 뒤의 조치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살펴볼 내용

환자는 옆자리로 옮겼고, 병원에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지나간 불편은 어디에 기록될까.

이런 장면을 떠올려보자.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가 의자 앞에서 잠깐 멈춘다. 좌석에 얼룩이 보인다. 접수대를 바라보니 직원은 다른 환자를 응대하는 중이다.

‘그냥 옆에 앉지, 뭐.’

환자는 자리를 옮긴다. 진료를 받고, 수납을 하고, 병원을 나선다. 의자 이야기는 끝내 꺼내지 않는다.

그날 청결 관련 민원은 0건이다. 얼룩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하루 진료를 마친 원장이 “오늘 별일 없었죠?”라고 묻는다면, 직원은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실제로 아무도 불편을 말하지 않았으니 틀린 대답도 아니다. 다만 환자가 보낸 하루까지 그 한마디에 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병원 민원 건수만으로 환자 만족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불편을 겪어도 말하지 않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불편을 겪는 일과 그것을 병원에 말하는 일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Howard 외, 2013

병원을 나온 뒤에야 떠오르는 말

2013년 발표된 호주 연구에는 그 간격이 드러난다. 연구진은 퀸즐랜드의 급성기 병원에 입원해 의료서비스에 불만을 경험한 환자 1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중 15명은 문제가 생겼을 당시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그때 이야기했더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겪은 일에는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이나 존중받지 못한 경험 등이 있었다. 불만을 어디에 제기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병원에 머물 때 하지 못한 말이 인터뷰에서 드러난 셈이다. Howard 외, 2013

불만을 경험한 소수의 입원환자를 다룬 연구이므로, 이 숫자를 국내 의원 환자 전체의 비율로 읽을 수는 없다. 그래도 원장에게는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우리 병원에서 아무 말 없이 돌아간 환자에게도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을까.

환자는 왜 불만을 말하지 않을까?

불편을 말하는 것도 환자에게는 일이다. 2012년 발표된 스웨덴 연구는 환자들이 말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봤다. 2008년 스톡홀름 주민을 표집한 설문 분석에서, 환자자문위원회에 공식 민원을 제기한 응답자는 23명이었다. 제기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159명이었다.

이 연구에서 환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는 문제를 꺼낼 기력이 부족했다는 점,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몰랐다는 점, 말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점이 포함됐다. 불편을 느낀 다음에도 말을 꺼내기까지 넘어야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Wessel 외, 2012

스웨덴의 공식 민원 제도를 다룬 조사이고, 과거 경험의 기간도 제한하지 않았다. 우리 병원의 한 달 민원 건수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의견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병원의 생각과, 환자가 실제로 말하기 편한지는 따로 살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접수대 옆에 의견을 남기는 QR 안내를 붙였다고 해보자. 병원에서는 창구를 마련한 셈이다. 환자 쪽에서 보면 몇 가지 질문이 더 생긴다. 안내가 눈에 들어오는가.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누구에게 말하는가. 직원의 응대가 불편했던 경우에도 그 직원 앞에서 편하게 의견을 남길 수 있는가.

연구가 보여준 장벽을 우리 병원에 적용해본다면, 이렇게 환자가 의견을 전하는 과정을 직접 따라가 볼 수 있다.

“괜찮으셨어요?” 다음에 남겨둘 시간

수납을 마치며 “오늘 괜찮으셨어요?”라고 묻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직원의 시선은 이미 다음 환자에게 가 있고, 뒤에는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환자가 입을 열려다 “네” 하고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질문을 했다면 답을 들을 시간도 남아 있는지 돌아볼 만하다.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도 있다.

“오늘 병원을 이용하시면서 불편했던 곳이 있었나요?”

“안내를 받으면서 헷갈렸던 부분이 있었나요?”

의원 접수대 옆 상담 자리에서 환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직원

다른 사람 앞에서 꺼내기 조심스러운 내용이라면 따로 이야기하거나 나중에 의견을 남길 방법을 안내할 수 있다. 답변은 환자가 선택하도록 한다. 이런 질문과 방식은 연구를 참고한 운영 제안이며, 특정 문구의 효과가 검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접수와 환자 응대를 조율하는 병원 운영 매니저라면 진료 전후 직원과 짧게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다. 오늘 환자가 이용하기 어려워했던 곳은 어디였는지, 도움을 요청했다가 그냥 돌아간 일은 없었는지 묻는 것이다.

다만 자리를 옮기는 모든 환자에게 불만이 있다고 짐작할 필요는 없다. 창가에 앉고 싶었을 수도 있다. 관찰한 행동은 확인할 단서로 삼되, 환자가 직접 이야기한 내용과 구분해두면 된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다음

처음의 대기 의자로 돌아가 보자. 이번에는 환자가 말을 꺼냈다고 가정해보자.

“저쪽 의자에 얼룩이 있어요.”

직원이 고맙다고 답한다. 환자는 진료실로 들어가고, 접수대에는 다음 환자가 온다. 이때 누군가 자리를 확인하지 않으면 의자는 아까와 같은 상태로 남는다. 이번에는 불편을 들었는데도 그렇다.

어느 자리인지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자리를 안내하고, 실제 상태에 맞는 조치를 정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언제 생기는지, 점검 시점은 적절한지도 살펴볼 수 있다.

대기 의자에 손을 짚고 좌석 표면을 살펴보는 의원 직원

원장이 나중에 확인할 질문도 간단하다.

“말씀하신 자리는 확인했어요?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상태인가요?”

바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가능한 조치와 다음 안내 시점을 설명할 수 있다. 누가 상태를 확인하고, 조치 뒤에 다시 살펴볼지만 직원끼리 알아두어도 다음에 할 일이 분명해진다.

의견을 듣는 방식을 바꾼 뒤에는 불편 이야기가 예전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그때 건수만 보고 응대가 나빠졌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 실제 문제가 늘었는지, 전에 들리지 않던 의견이 들어오기 시작했는지 내용을 함께 봐야 한다.

민원 건수에 더해 살펴볼 것은 환자가 의견을 전할 수 있었는지, 전한 의견이 필요한 조치로 이어졌는지다.

하루 진료가 끝났다. “오늘 별일 없었죠?”에 질문 하나를 더해보면 어떨까.

“오늘 환자에게 들은 불편 중에,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게 있나요?”

처음의 환자는 옆자리로 옮기는 것으로 그날의 불편을 넘겼다. 병원에서는 다음에 그 의자에 앉을 사람까지 생각할 수 있다. 환자가 남긴 한마디를 실제 확인으로 이어갈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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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의견을 병원 운영의 개선으로 연결하는 이야기는 「환자 경험을 병원 경영에서 관리해야 하는 이유」에서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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