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관리와 소통
직원에게 일을 맡길 때, ‘잘’이라는 말을 빼보세요

병원 직원에게 일을 맡길 때는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서로 같은 일을 이해했는지 확인해보세요. 안내문 교체와 새 직원 교육 사례로, 부탁과 질문을 더 쉽게 나누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이 글에서 살펴볼 내용
‘잘’이라는 말은 참 편하다.
“새로 온 직원 잘 챙겨주세요.”
“예약 안내문 정리 좀 잘 부탁해요.”
“마감할 때 대기실 잘 정리해주세요.”
친절하게 말하고 싶을 때도,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을 때도 쓸 수 있다. ‘잘’ 한 글자에 꽤 많은 일을 맡겨두는 셈이다.
그런데 그 안에 무슨 일이 들어 있는지는 말한 사람만 알고 있을 때가 있다.
가령 원장이 “예약 안내문 좀 잘 정리해주세요”라고 부탁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원장의 머릿속에는 예전 안내문을 치우고 새 안내문을 놓는 장면이 있다. 직원은 여기저기 흩어진 안내문을 한곳에 모으는 장면을 떠올린다.
잠시 뒤, 안내문은 아주 가지런해졌다. 내용은 여전히 예전 것이다.
둘 다 부탁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떠올린 일은 달랐다. ‘정리’라는 같은 단어가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심 친구가 필요한 걸까, 업무 선생님이 필요한 걸까
“새로 온 직원 잘 챙겨주세요”라는 부탁도 한번 들여다보자.
점심을 같이 먹으라는 뜻일까. 예약 화면을 알려주라는 뜻일까. 실수하지 않도록 하루 종일 옆에 있으라는 뜻일까. 모두 신입 직원을 챙기는 일이지만, 필요한 시간과 도움이 다르다.
오래 일한 직원은 필요한 물건을 별생각 없이 꺼낸다. 새 직원은 어느 서랍을 열어야 할지부터 고민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소 하던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설명을 듣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부탁을 조금 바꿔볼 수 있다.
“오늘 오전에는 예약을 확인하는 방법과 물품 보관 장소를 알려주세요. 다른 일은 오후에 이어서 설명하면 좋겠어요.”
이제 가르칠 범위와 순서가 보인다. 부탁을 받은 직원도 오늘 무엇부터 알려줘야 할지 알 수 있다.
여기에 함께 정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설명할 시간을 어떻게 낼 것인가. 이미 접수와 전화 응대가 밀려 있다면, 그동안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나눠 맡을지도 살펴야 한다. ‘알려주세요’라는 부탁에는 가르칠 내용과 함께 누군가의 시간이 필요하다.
안내문을 정리하는 부탁도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접수대의 예전 예약 안내문을 빼고, 새 안내문을 오후 진료 전에 놓아주세요. 헷갈리는 내용은 놓기 전에 저와 확인해요.”
반듯하게 쌓인 예전 안내문을 보고 서로 멈칫하는 상황을 줄이려면, 처음부터 어떤 정리를 원하는지 보여주는 편이 좋다.

‘네’ 한 글자로는 알 수 없는 것
직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알겠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일을 맡긴 사람도 안심한다. 그런데 ‘네’에는 여러 뜻이 들어갈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일 수도 있고, ‘일단 말씀은 들었다’일 수도 있다. 어쩌면 ‘하던 일을 끝내고 다시 여쭤봐야겠다’일 수도 있다.
중요한 변경 사항이라면, 그 ‘네’ 뒤에 한 문장을 더 나눠볼 만하다. 앞서 안내문을 바꾸는 상황에서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제가 설명을 빠뜨린 게 없는지 같이 확인해볼까요? 어떤 안내문을 언제 바꾸면 될까요?”
“접수대의 예전 안내문을 빼고, 오후 진료 전에 새 안내문을 놓으면 되죠?”
“맞아요. 바뀐 내용이 헷갈리면 놓기 전에 저에게 물어봐주세요.”
이제 두 사람이 같은 일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 연구기관 AHRQ도 이런 확인 방법을 소개한다. 정보를 들은 사람이 핵심 내용을 다시 말하고, 처음 말한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위의 대화는 그 방법을 병원 업무에 맞춰 풀어 쓴 예시다. AHRQ의 의사소통 안내
물론 모든 부탁을 이렇게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바뀐 안내, 중요한 마감 시간, 새로 맡은 일처럼 서로 다르게 이해하기 쉬운 상황에 써볼 수 있다. 말투도 중요하다. “제가 잘 설명했는지 같이 확인해봐요”라는 말에는 내가 빠뜨린 설명도 함께 찾아보자는 뜻이 담긴다.
질문이 돌아왔을 때, 부탁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일을 분명하게 설명해도 질문은 생긴다. 막상 해보니 들었던 것과 다를 수도 있다. 어느 안내문이 새것인지 찾다가, 날짜가 없는 두 장을 손에 들게 될 수도 있다.
“이 두 개 중에 어떤 걸 놓으면 될까요?”
그때 “아까 설명했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오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직원은 다음번에 안내문을 들고 잠깐 망설일 수 있다. 어느 것을 놓을지 고민하는 데 더해, 다시 물어봐도 될지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답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확인해줘서 고마워요. 어느 부분이 헷갈렸는지 같이 볼게요.”

질문 덕분에 안내문 두 장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 안내문에 적용 날짜를 적거나, 예전 파일을 따로 보관하는 식으로 다음 일을 더 쉽게 만들 수도 있다.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면, 설명이나 자료에서 빠진 것이 없는지 살펴볼 기회다.
직원이 편하게 의견을 말하는 데는 주변의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에 발표된 논문은 의료팀을 다룬 연구 36편을 검토해, 동료와 책임자의 지원 등을 의견을 말하기 편한 환경과 관련된 요소로 정리했다. 여러 의료 환경을 다룬 결과여서, 우리 의원에서 어떤 말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 결과를 운영에 참고한다면, “모르면 물어보세요”라는 말과 질문 뒤에 돌아오는 대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O’Donovan·McAuliffe, 2020
칭찬할 때도 ‘잘’ 뒤에 한 문장을 더해보면 어떨까.
“오늘 새 직원에게 물품 위치를 직접 보여준 게 좋았어요. 처음에는 어디 있는지 찾는 일도 어렵잖아요.”
무엇이 좋았는지 들으면, 직원도 다음에 이어갈 일을 알 수 있다. 부탁에 담긴 기대를 보여주고, 질문을 들으면 빠진 부분을 채우고, 일이 끝나면 좋았던 행동을 짚어주는 것이다. 이런 대화와 안내문 정리 방법은 연구와 공식 자료를 참고한 운영 제안이다.
다음번 안내문 정리를 부탁할 때는 머릿속 장면을 한 문장 더 건네보자.
“이 안내문을 오후 진료 전에 새것으로 바꿔주세요.”
이제 직원도 같은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접수대에 새 안내문이 놓인 모습이다.
안내문은 가지런하고, 내용도 새것이다. 이번에는 ‘잘’에 담아두었던 기대가 말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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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AI로 제작한 연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